독립영화 다가가기

그리고 시작부터 영화는 우리에게 ‘결혼, 그거 꼭 해야 해?’ 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민 감독의 <두 개의 선>은 현 사회의 결혼 제도에 순응하지 않고 살아보려는 연인들의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 결혼은 혼인으로 남녀가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합법적으로 허가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민 감독은 형식적인 결혼제도에 반대하고, 자신을 결혼으로 이뤄지는 여러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시키길 원치 않는다.
영화 속 두 명의 주인공, 지민 감독과 그의 연인이자 남편인 이철은 각자 살아온 환경과 성격이 너무 달랐지만 대학에서 만나 10년 째 연애 진행 중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바로 임신! 임신 테스터기에 붉은 ‘두 개의 선’이 나타났다. 이 영화의 중요한 전개요소가 바로 이 ‘두 개의 선’이었다. 만약 ‘두 개의 선’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영화 속 얘기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100% 리얼 연애 다큐를 담은 <두 개의 선>은 유교적인 사상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비혼, 동거, 혼전임신 등의 이야기를 보여준 자체가 독특하고 발칙한 발상이다. 급격히 변화하고 개방화되고 있는 현대사회 속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단지 지민 감독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다.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는 임신 고백. “우리 이제 결혼해” 가 아닌 “우리 임신했어”란 말을 듣고 당황하고 걱정하는 친구들, 가족들의 모습은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 저절로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솔직한 그들의 임신 고백을 그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두 남녀는 출산에 앞서서 결혼이란 제도에 대해 얘기한다. 혼인신고를 통한 결혼제도에 반대하는 지민. 그러한 지민의 단호한 반대에 결국 그녀의 손을 들어주는 애인 이철.
결혼하지 않은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기. 하지만 태어날 때 몸이 아픈 아기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시 결혼 제도가 그들 앞에 거대한 벽으로 나타난다. 결국 제도 앞에 무릎을 꿇는 지민 감독. 혼인 신고를 통해 둘은 부부가 되지만 아직도 결혼이란 제도의 굴레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안티 결혼 리얼 다큐멘터리 <두 개의 선>을 직접 보고 젊은 우리들도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벌써 결혼이란 것에 고민을 왜 하냐고 할 것이다. 당연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든다는 것 또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두 개의 선>이 던진 이 발칙한 질문은, 어쩌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 청춘들만이 고민해볼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지난 2월 9일 개봉을 한 <두 개의 선>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상 제작지원작으로 주목을 받았고, 지민 감독도 2011 여성영화인모임에서 선정한 ‘올해의 여성영화인 독립/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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