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얼굴을 한 대형마트
야누스의 얼굴을 한 대형마트
  • 김재경 기자
  • 승인 2012.08.28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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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상생과 동반성장 내세우며 의무휴업 생색 속은, 재래시장까지 잠식해 상인들 비명

 

 

올 4월 정부에서 대형마트의 독과점을 막고 재래시장 및 중소 상인들의 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무 제도를 마련했다. 그러나 시행 된지 세 달이 지난 지금 대형마트들은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교묘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본사에서는 청주에 위치한 육거리 시장과 대형마트들을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지난 4월 정부에서 전통 재래시장 및 지역상권 보호를 위해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공포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은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 휴무를 시행하고 있다.

어느덧 시행 기간이 세 달이 넘어가고 있다. 이에 기자는 지역상권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하루 전(8월 4일)과 의무 휴업 당일(5일)에 각각 육거리 시장과 대형마트를 찾았다. 토요일인 4일, 오전 7시부터 육거리 시장은 몇 시간 동안 상인들의 분주한 준비로 활기찬 아침을 맞았고 잠시 후 시장 안은 번데기를 파는 집부터 시작해 반찬가게, 족발가게, 생선가게, 과일 가게 등등 다양한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기자가 처음 찾은 과일가게에서는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와 과일가게 아저씨간의 유쾌한 가격 흥정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체리가 제철인데 한 통에 육천원은 너무 비싸다”고 하셨고 주인아저씨는 “여기서 더 내리면 남는 장사없다”며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실랑이 끝에 아주머니가 오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고 주인아저씨는 마지못해 받는 척 하시며 덤으로 자두 2개까지 봉투에 같이 담아주셨다.

“천원을 깎았는데 거기에 자두까지 주시면 정말 남는게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과일가게 유정식(47) 씨는 시원하게 웃으며 “내가 여기서 장사한지 12년인데 내 어머니뻘 되시는 분들이 깎아 달라고 하면 차마 매정하게 할 수 없다”고 하며 “하나 사면 덤으로 또 주는게 시장에서 장보는 참맛이다”며 또 다시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유씨의 웃음에 내 마음까지 시원해졌다.

오후 12시가 되자 시장은 생각보다 꽤 많은 인파가 있어 쉽게 한 자리에 멈추어 있을 순 없었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정육점을 운영하는 정무진(36) 씨는 “사람들을 보면 반이 상인이고 반이 손님인데 그마저도 대부분 연세가 꽤 있는 사람들이 시장의 주 고객이다”며 “최근 재래시장 살리기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젊은 층의 발길은 뜸해 10년 후가 걱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정씨는 기자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대한 질문에 “과거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재래시장과 중소유통기업 간 동반성장을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동반성장은 커녕 한 달에 두 번도 못 쉬겠다고 줄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시장 상인들과 5시간 가량의 만남을 뒤로하고 기자는 가경동 시장의 근처에 자리한 'H'마트를 가봤다. 들어서자마자 마치 다음 날 있을 휴무로 손해 볼 막대한 비용을 미리 메우기 위한 듯 ‘더 편하게 쇼핑하시라고 영업시간을 한 시간 앞당겼습니다’라는 문구로 영업시간 변경을 알렸다. 기자는 홍보부서 관계자 황찬규(홍보부․34) 씨에게 ‘의무휴업’에 대한 물었다. 어렵사리 입을 연 황씨는 “나 역시 재래시장에 대한 어렸을 적 추억이 있고 그렇기에 지역 상권과의 상생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다”며 “그러나 본사에서 한 달에 두 번 영업을 쉬면 그 사이에도 유통기한에 따른 재고가 쌓이는 것이므로 그만큼 손해”라고 곤란한 입장을 표했다.

이어 기자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E' 대형마트를 찾았다. 이곳에서는 ‘매주 둘째, 넷째 토요일 포인트 적립 5배’라는 행사까지 진행 중이었다. 그래서 일까. 방금까지 있다 온 재래시장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육거리 시장의 정씨 말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가는 김은영(청주․29) 씨에게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 대해 물었다. “재래시장도 요즘 많이 노력하는 것을 알지만 의무휴업 하루 전에 마트에서 포인트도 더 적립해주고 1+1 행사도 많다”며 “이러니 생활비 때문에라도 의무휴업 전보다 실시 후인 토요일에 몰아서 일주일치 장을 본다”고 전했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강제휴무를 피하기 위한 대형마트들의 꼼수는 단순 영업시간 연장과 각종 이벤트로 끝이 아니다. ‘농수산물 매출 51%가 넘으면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법조항을 악용해 마트를 수입 농산물로 채우기까지 한다. 이와 같은 예외조항은 농협 하나로마트를 위한 취지로 설정됐지만 롯데슈퍼와 GS슈퍼의 일부 매장은 이 같은 예외 조항을 활용해 규제를 피해가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업태를 대형마트에서 쇼핑센터로 변경하려는 추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국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규제가 아무리 강력해도 대형마트들의 상생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대형마트가 쉬는 5일, 기자는 육거리 시장을 다시 한 번 찾았다. 그러나 시장은 어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손님 대부분은 40대에서 60대 사이인, 손님과 상인의 수가 어제와 엇비슷한 평상시 그대로였다.

기자가 본 시장은 어느 정도 땀은 났지만 한 여름이라는 걸 감안하면 심할 정도는 아니었고 이곳저곳 구경거리가 도처에 널려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시장에서 장을 보다 더우면 시장 언저리에 있는 노점상에서 미숫가루 한 잔을 사먹고, 출출하다싶으면 단 돈 칠백원으로 종이컵 가득 담은 번데기를 맛볼 수 있다.

재래시장은 상인들에겐 한 가정의 생계수단이며, 그들이 일생을 일궈온 작은 희망의 공간이다. 또 소비자들에겐 단순히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이 오가는 의미 있는 장소다. 그만큼 그 곳은 앞으로도 이어져야하며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2007년에 대형마트 대표들은 ‘모든 유통업계가 힘을 합쳐 동반 성장을 통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해 나가자’며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그러나 한누리창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조사한 ‘대형마트 입점 예정지역 현장 실태조사 및 상권분석 보고서’와 비교해보면 진정한 ‘동반성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 지역별 재래시장 근처에 평균 2개의 대형마트가 입점했으며 대형마트 반경 1km 내 소매업 545개 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24.5%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66.8%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이 이기심을 버리고 지역 상권에 대한 진실한 배려가 이뤄질 때 비로소 그들이 소리 높여 주장했던 그리고 지역상인들이 바라는 ‘진정한 동반성장’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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