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자와 파산
미국의 부자와 파산
  • 김성건 교수
  • 승인 2012.11.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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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하와이 출신의 세계적 부호 로버트 기요사키(Robert Kiyosaki)는 월드 베스트셀러가 된『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Rich Dad Poor Dad)(2000)를 통해 우리 한국인에게도 널리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기요사키의 기업 ‘리치 글로벌’(Rich Global)이 ‘러닝 아넥스’(Learning Anex)의 제소로 곤경에 빠져 금년 8월 12일 미국 와이오밍주 법원에 연방파산법에 따른 파산을 신청했다고 알려졌다.

 그의 기업은 파산 절차에 들어갔지만 ‘리치 대드’(Rich Dad) 등 여러 개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요사키 부부는 개인 재산으로 부채를 갚는 것을 거부하고 있고 실제 그들이 소유한 순 자산은 무려 8천만 달러나 된다고 전해진다. 기요사키의 기업이 파산을 신청하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 가수 레이디 가가도 무려 네 차례나 파산을 신청했다. 또한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설립한 카지노 업체(TRMP)도 지난 2009년 2월 또다시 파산을 신청했다. 일반인의 경우는 질병이나 실업을 맞아 도저히 어쩔 수 없을 때에만 파산 신청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부자들의 이른바 '전략적' 파산은 아직 일반 대중에게는 낯선 현상이다. 미국에서 부자들의 ‘전략적 파산’ 신청이 최근 줄을 잇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기요사키는 부자가 되려면 이른바 '금융지능' (financial intelligence)이 필요하다면서 피고용자가 되기보다는 투자, 부동산, 기업 소유 등 높은 가치가 있는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기요사키의 주장은 일찍이 독일의 고전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근대 서구의 자본주의 출현에 이바지한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지목한 근검과 절약 같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금전적 성공'의 전도사를 자처한 기요사키는 오늘날 미국인과 미국문화가 돈과 일(노동)에 대해서 갖고 있는 생각 곧, “성공한 사람이 제일 위에 실패한 사람은 제일 밑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의 실력주의적 태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한편 그동안 기요사키를 비판해온 측에서는 그가 대중에게 '금전적 구원'을 갖다 준 것이 아니라 정작 사실은 돈을 벌고자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갈취했다고 본다. 이런 관점을 수용하는 필자는 최근 기요사키 같은 미국의 부자들이 잇달아 파산을 신청하는 데에는 크게 다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개인이나 기업의 파산에 대해 전통적으로 부정적 낙인을 찍는 유럽과 달리 기업의 혁신을 장려하는 미국에는 파산자나 파산기업에게 실패로부터 재기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주어지는 측면이 있다. 둘째, 그래서 미국의 부자들은 개인의 파산이 아니라 자신의 기업만의 파산을 신청함으로써 법적으로 자신의 재산은 고스란히 지키면서도 문제가 유발된 기업에 대해서만은 지원을 받고자 한다. 셋째, 이런 식의 파산 신청과 처리의 과정에서 자신의 기업에 긴요한 운영체계 및 구조 조정을 파산 집행 당사자(은행)가 대신 담당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기업이 맞게 된 위기를 지능적으로 돌파한다.

 불교도 마르크스주의자로 자처하는 달라이 라마는 일찍이 "오늘날 계몽(enlightenment)을 파는 사람들 곧, '이익'을 만들어준다고 설파하는 예언자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전략적' 파산을 신청하는 부자들은 자신의 주머니에 거액의 물질(돈)을 여전히 지키게 되었을지라도 이미 그들의 영혼은 사실상 파산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들은 물질적 구원과 정신적 구원 둘 중에서 돈(money)를 얻기 위해 인간에게 귀중한 '영혼'을 팔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귀에는 달라이 라마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저명한 금융인들 앞에서 “윤리적인 행동을 하면 혈압이 내려간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라면서 “규제에 기대기보다 탐욕을 버리라”고 충고한 것의 깊은 의미가 거의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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