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없는 산>은 엄마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진’과 ‘빈’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서로에게 기대며 살고 있는 세 모녀.
그러나 집안 형편이 점차 안좋아지자 엄마는 자매를 고모에게 맡긴다. 그러면서 첫째 딸인 진에게 돼지저금통을 건내며 “동전이 가득차면 돌아올꺼니까 빈이 잘 부탁해”라는 말을 남긴 채 남편을 찾아 홀연히 떠난다.

자매는 메뚜기를 팔며 동전 모으기를 시작하고 이내 저금통을 다 채운 진과 빈은 버스정류장에서 엄마를 줄곧 기다리지만 끝끝내 오지 않는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고모는 시간이 갈수록 자매에게 무관심해진다. 그러부터 얼마 뒤 고모는 엄마에게 편지를 받고 친정댁에 진과 빈을 맡기고 떠난다. 엄마를 만나지 못한채 진과 빈은 할머니와 함께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
이 영화속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부분은 아이들이 공터에 죽은 나뭇가지를 정성들여 심는 장면이었다. 마치 나무 없는 산에 희망이라는 나무를 심어 어떤 상황이 닥쳐와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듯 말이다.
그리고 “사실 진과 빈이 엄마가 되어가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라 말한 김소영 감독의 말처럼 아이들은 변해 가는 환경속에서 어린 소녀가 아닌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어 간다.

영화에서 그리는 편부모 가정은 이제 우리 사회속에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래에 들어 핵가족화와 이혼율이 증가함에 따라 편부모 가정이 증가하고 있어 이에 관한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제약 또한 달갑지 않다.
<나무없는 산>은 분명 해피 엔딩이 아니다. 두 자매는 결국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외갓집에 남겨져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언덕을 오르며 부른 “산으로 올라 가고 싶어, 강에서 헤엄치고 햇볕 쬐고 모두에게 잘하고 싶어”라는 노래는 더 이상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최선을 다해 사는 아이들의 모습에 동정의 눈물이 아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