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3.10.24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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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를 만나다 – 2부 박술녀 디자이너

▲ 국내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패션쇼와 시장에 한복을 전파하는 박술녀 디자이너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29년째 하루도 손에서 바늘을 놓지 않은 ‘한복을 참 잘 만드는 여자’ 박술녀를 두고 있는 말이 아닐까? 오늘 멘토를 만나다 두 번째 시간에는 작은 바늘하나로 전 세계에 한복의 아름다운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박술녀 한복 디자이너를 만났다. 이제는 한복이 인생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박 디자이너의 이야기에 지금부터 함께 귀기울여 보자.

<편집자주>

 Q1. 한복을 만들며 늘 따라다니는 별명이 ‘한복을 참 잘 만드는 여자’다. 한복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나는 충남 서천에서 7남매 셋째 딸로 태어났는데 당시 형제가 많은 집이라 넉넉하지 않은 가정환경 때문에 꿈이 있어도 늘 숨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면서도 옷에 대한 관심은 어렴풋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입던 한복이 너무 예뻐 수도 없이 만져보고 몰래 입어보기도 했다. 그때부터 한복을 만들고자하는 꿈이 생겨났던 거 같다.

 하지만,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천안에 있는 방직공장에서 일을 했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 24살이 되던 때 더 이상 꿈을 접을 수 없어 무작정 상경하게 됐고 수차례 시도 끝에 이리자 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랫동안 갈망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해서 5년 동안 힘든지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고 배웠다. 그간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거쳤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2. 한복 작업에 있어 29년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고충은 없는가?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일을 분담하면 좋지 않냐”는 걱정 섞인 말을 한다. 물론 도와주는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성격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고 간섭하는 스타일이어서 직원들에게 일을 나누지 않는 거 같다. 내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나를 찾는 고객들에게 흐트러진 모습과 정신으로 대한다면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새벽에 별보고 나왔다가 밤에 별을 보고 귀가하는 생활을 반복하기 때문에 늘 지쳐 있고 만성피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항상 가족들에게 아내와 엄마의 역할을 다 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내 역할을 다 해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라 생각된다.

 Q3. 국내 한복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 3000억 원 정도로 국내 전체 패션시장의 2%에 그친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복은 선과 고운 빛만으로 몇 천 명이 모여도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할 수 있는 옷이다. 이러한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다, 아니다 라는 사실보다는 그저 봤을 때 그 자태가 아름답고 고울 수 있는 옷, 그게 한복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한복을 입지 않는 세태에 대해서는 서글플 수밖에 없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가슴의 따뜻함은 찾을 수 없고 점차 기계화 되어가는 것 같다. 회색도시 속에서 사람들도 점차 회색빛으로 변하다보니 감성이 없어지는 게 요즘 현실이다. 지금도 외국인들에게 한복을 소개하면 중국옷인줄 알고 있는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한국인이 당장 한복을 입지 않으니 그 뿌리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생각되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Q4. 한복을 어떤 마음으로 만들고 있고 본인에게 있어 한복은 어떤 의미인가?

 늘 처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임하며 지금도 시작이라 생각한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 일은 특히 내가 즐길 수 있어야지 가능한 일이다. 일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처음 한복을 만들기 시작했던 마음으로 다시 일어서며 ‘일로 상처를 입었으면 일로 만회하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또한 내게 있어서 한복은 가족 다음으로 내 인생의 전부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란 말이 있는데 지금의 내가 그 상황에 있다. 하지만, 한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한복 하나만 고집할 것이다. 보다 질 좋은 한복을 만드는데 매진할 것이다. 더불어 한국의 문화전도사가 돼서 전 세계에 한국의 의복인 한복을 알리고 싶다.

 Q5. 자신의 미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떤 일이든 성공하기 위한 길은 쉬운 일이 없고 땀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쉬면서 성공하려고 하면 절대 어떤 일이든 이룩할 수 없다. 대추나무에 열린 작은 대추 알갱이가 익기 위해서 수많은 비바람과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래야 달콤한 대추열매로 완성될 수 있지 않은가? 그 중간을 게을리 한다면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성으로써 세상에 나온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여성이 일을 한다는 것은 남성보다 몇 배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것이 요즘 여성들이, 그리고 모든 젊은이들이 지녔으면 하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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