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웃픈' 현실을 그려내다
청춘의 '웃픈' 현실을 그려내다
  • 서원프레스
  • 승인 2013.11.21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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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입문기 "힘내세요, 병헌씨"

  이달 1일에 열렸던 제 50회 대종상 시상식에 독립영화가 무려 두 부문이나 수상후보에 올랐으니 이는 바로 "힘내세요, 병헌씨"다. 여기서 '병헌씨'는 실제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이병헌 씨를 의미한다. 이병헌의 손길이 닿은 영화임에도 이 영화를 처음 접하니 의아하진 않은가? 사실 이 영화는 영화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이병헌' 이라는 이름의 신인감독이 자신의 영화감독 입문기를 토대로 제작됐다.

  영화는 병헌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제작진이 촬영·인터뷰하는 형식의 페이크 다큐장르로 꿈의 무대 충무로를 향한 예비감독의 고단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병헌씨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해야겠다고는 생각하지만 사실 이를 위한 처절한 노력을 하지는 않으며 또 노력을 한다고 해도 여러 난관에 계속 부딪친다. 병헌씨의 모습이 슬프다. 관람하면서 병헌씨의 모습이 낯설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20대라면 그 슬픔이 배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관람 내내 슬프지만은 않다. 비록 우리가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 해도 우리 인생이 슬프지만은 않은 것처럼 병헌씨에게도 고단함을 달래주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친구들이 있다. 병헌씨2, 병헌씨3, 병헌씨4라 해도 무방한 친구들과 그려내는 에피소드는 영화의 재미난 요소가 되고있다. 일터에서,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를 술 한 잔 기울이며 풀어가는 네 남자의 모습은 왁자지껄하게 표현되고 있지만 술자리가 끝나고 돌아가는 축 처진 어깨는 씁쓸한 소주 냄새를 물씬 풍긴다. 이처럼 넷이 뭉치는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내지만 넷 모두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만은 않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웃픈' 영화다.

  치열한 현실에 치이는 병헌씨 그리고 그 고단한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과 달콤한 경험들은 영화계에 입문하고자 하는 많은 예비감독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병헌씨는 사회에 진출하고자 노력하는 청춘들의 자화상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동화 같은 성공기가 아닌 실제 현실에 충실하다보니 영화는 영화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가슴이 찡해지는 묘한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는 참 솔직하다. 제목부터 솔직함이 묻어있다. 미래를 내다볼 수 없어 걱정하고 있는 이들을 향한 "잘될거야"라는 응원에는 진심이 얼마나 담겨있을 수 있을까. 막연히 잘될거라는 말을 내뱉는 사람도 듣는 사람에게도 어쩌면 의미 없는 표현일 수 있다. 그저 "힘내세요"라 전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솔직하게 진심을 전하는 바람직한 위로의 표현이 아닐까.

  영화의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인 이병헌 감독은 사실 어렵사리 영화감독 준비를 하던 찰나에 영화 '써니' 각색을 맡아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각색으로 이름을 날린 이후에도 역시 상업영화의 제작의 어려움을 접했고 결국 이 독립영화가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 됐다고 한다. 때문에 영화는 병헌씨가 자신에게 '잘될거야'보단 '아직 좀 더 힘을 내자'며, 자신을 향해 바치는 무언가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진정성이 가득하기에, 이 영화는 그가 느끼는 유사한 감정을 우리에게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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