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
악어의 눈물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4.04.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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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은 사전적 의미로 ‘위정자’를 빗대어 말하는 통속어로,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이다. 하지만, 실재로 악어는 자기 입 크기만큼의 먹잇감을 통째로 삼킨 뒤 숨을 급하게 들이마셔 눈물샘이 눌러져서 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즉,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적 눈물 혹은 타인의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일순간의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 지난 2007년 간통사건으로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췄던 배우 옥소리가 지난달 3월 전격 방송복귀를 선언했다. 같은 달 한 토크쇼에 출연해 7년 만의 방송 복귀에 대한 대중들의 날선 시선에 두려움을 표했고, 더불어 자신의 복귀는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1일 옥소리의 현 남편이 지명수배중이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연예계 복귀는 무산됐다. 대중들의 시선이 두려워 복귀를 망설였다는 옥소리의 말과 눈물은 자신의 복귀를 위해 처음부터 철저하게 거짓으로 꾸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 4월 15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장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사건의 증거조작에 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는 국정원 직원들이 간첩 혐의 사건에 법정 증거를 조작했다는 수사 결과 발표가 나온 지 하루가 되지 않아 시행된 공개사과였다. 하지만 그는, 1년이 조금 넘은 재임기간 동안 두 차례에 검찰 압수수색과 더불어 국정원 증거조작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하되 사퇴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남 원장은 국정원이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말했지만, 신뢰를 잃은 공인(公人)의 뻣뻣한 사과는 국민들의 반감만을 불러일으켰다.

▲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순간의 거짓말과 눈물에 속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 사건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그 진실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사회는 조금의 관심으로도 진실에 다다를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고, 영원한 비밀이 차츰 없어지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 순간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는 구시대의 ‘사과 수단’이 된 것이 아닌지 과감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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