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의 에티오피아 사진전
박노해 시인의 에티오피아 사진전
  • 심명환 기자
  • 승인 2014.04.21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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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걸음〉을 걷다

 2014년 2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약 한 달이 채 미치지 못한 기간에 세종문화회관을 다녀간 3만 5천명의 사람들, 그들이 이곳을 다녀간 단 하나의 이유, 바로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다른 길’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일까? 기자가 방문한 3월의 따뜻한 봄날, 부암동의 ‘라 카페 갤러리’는 박노해 시인의 에티오피아를 주제로 한 새로운 사진전〈꽃피는 걸음〉을 보기위해 방문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나 역시도 줄을 서면서 잠시간의 대기시간 이후에야 갤러리 안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번 사진전은 박노해 시인이 1998년에서 2014년에 이르는 17년이라는 시간동안 지구 전역을 유랑하며 느낀 것을 찍은 사진을 통해 관람객 모두와 함께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개최한 연속기획 전시회다. 그리고 이번 기획은 여섯 번째 순서로서 2010년에 방문한 에티오피아의 삶과 애환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전을 장식한 사진은 모두 합쳐야 22장, 그마저도 3장을 제외한 19장의 사진은 흑백사진으로 찍은 것이기 때문에 일부 관람객은 서둘러 이 사진들을 보고 금방 이 갤러리를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은 왜 22장의 사진만을 또한 그 사진마저도 대부분이 흑백사진을 놓아두었는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잠시 동안의 관람을 통해서도 분명 느낄 수 있었다.

 우선 흑백사진을 색상이 가장 중요한 인물, 풍경 사진에서 더 많이 이용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에티오피아가 무엇일까 하는데서 출발한다. 지금 우리들의 인식에서 에티오피아가 어떤 곳인가 생각할 때 대제국 악숨의 후예, 유일하게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민족, 커피의 고향 이라는 것 보다는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살기 어려운 나라, 불모지, 기근과 가난으로 가득 찬 나라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이런 고정관념을 박노해 시인은 전혀 새로운 색감으로 파괴한다. 오롯이 형상으로만 파악하고 볼 수 있게 우리의 시각에 내재된 왜곡의 상을 먼저 밀어내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사진을 본다. 그래서 겉으로 볼 때는 이질적일 수도 있지만 역설적으로는 우리와 상이한 자연환경과 민족의 삶을 친숙하게 만들어 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적은 양이지만 똑같은 사진이라도 처음 볼 때와 두 번 볼 때 다가오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실제로 처음 사진을 볼 때 사진 속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슬픔과 기쁨, 경건함과 두려움으로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사진을 보게 되면 그 모든 모습에 진실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사진은 단 한 장에 불과하지만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이 무궁무진하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고개를 절로 숙이는 나무들,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가죽, 낙타와 당나귀들에게 먹이가 될 건초들의 모습마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한 장의 사진을 보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그 때문인지 모든 작품을 한 번씩 보고나서도 다시 첫 번째 사진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이렇듯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은 새로운 생각이 있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만약 이번 기사를 통해 박노해 시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한 번 가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3월 7일부터 7월 23일 약 150일이라는 여유로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이 될 것이며, 동시에 갤러리와 잘 어우러진 카페 역시 여러분의 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점도 망설이는 여러분의 발길을 좀 더 가볍게 하지 않을까.

※ 운영시간 : AM 11:00 – PM 10:00 (매주 목요일 휴관),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백석동1가길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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