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꿈’같았던 한 달 동안의 시간
‘한 여름 밤의 꿈’같았던 한 달 동안의 시간
  • 김재경 기자
  • 승인 2014.06.02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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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실습을 다녀와서

 

교생: 교과 과정을 이수하기 위하여 일선 학교에 나가 교육 실습을 하는 학생을 줄여 이르는 말.

 

즉 교생은 교사인 동시에 학생의 신분이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말 그대로 기자는 한 달(428일부터 524) 동안 충북여자고등학교(이하 충북여고)로 교육실습을 나가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워왔다.

본 기자가 교육실습을 나간 첫 주와 둘째 주는 충북여고의 중간고사 기간이라 셋째 주부터 수업을 맡았다. 매일 2시간씩 총 10시간의 수업. 매 시간이 다르고 매 시간이 새로웠다. 그러나 매번 똑같이 느끼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동기유발의 중요성이었다. 동기 유발이 얼마나 잘 됐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자세가 달랐다. 그걸 몸소 느꼈기에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수업에 흥미를 갖게 될까, 어떤 자료를 통해 학생들이 공부를 재밌게 느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이 고민은 내가 앞으로 선생님이 되어서도 내려놓을 수 없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 배운 것은 학생들에게 이름=애정이라는 것이다. 복도에서 아이들 이름을 호명하면서 말을 걸거나 수업시간에 출석부 번호가 아니라 이름을 불러 질문하면 그것을 굉장히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그 좋아하는 정도가 꽤나 컸기에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이름 호명하는 것을 왜 그리 좋아하는지. 대답은 단순하면서도 내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질의응답 때 번호로 호명하시고, 또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이름을 못 외는 경우가 많다이 대답을 듣고 있자니 누군가 나의 이름을 기억해 준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임이 당연지사인데 왜 이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는지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세 번째. 내 진정한 목표, 내가 처음 이 꿈을 갖게 됐던 이유를 다시 한 번 배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누구나 다 아는 김춘수 시인의 이란 시다. ·고등학교 때 지겹도록 마주했던 작품이었고 또 대학에 와서도 여러 번 접했던 작품이다. 말 그대로 공부해온작품’, 별 생각 없이 읽었던 이 시가 이제는 단순한 시가 아닌 내 가슴을 뜨겁게 자극하는 발포제로 바뀌었다.

어렸을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국어 선생님이란 꿈. 처음 이 꿈을 갖게 된 건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차별하던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 때문이었다. 수업 시간에 공부 잘하는 친구들 위주로 수업을 하고, 질의응답도 상위권 친구들에게만 해주셨던 그 선생님을 보면서 성적으로 날 보는 게 아니라 한 개인으로 나를 봐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난 저런 선생님이 아닌 모두에게 공평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됐다.

14살 나는 이런 마음으로 꿈을 갖고 노력했는데 24살의 나는 단지 안정적인 직업인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것이 김춘수의 시를 인용한 이유이다. 한 개인을 바꾸기에 부족해 보이는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게 됐고 또 다른 사람이 됐다고 자부 할 수 있다.

다시금 직업으로서 선생님이 아닌 으로서 선생님을 꿈꾸게 됐고 직업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닌 참 교육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 됐다.

이렇게 운을 떼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교생실습이 끝났다는 사실이 와 닿는다.

교육실습을 나가기 전 날까지만 해도 실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기대감보다 과연 내가 준비 된 교생일까, 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첫 날 역시 이런 불안한 마음으로 내가 담임을 맡게 된 2학년 10반으로 발걸음을 옮겼었다. 그러나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반 아이들의 환호와 웃음은 이런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물질적인 그 무엇보다 날 바라보고 웃어주는 학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사실이.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고 저녁 10까지 야간 자율학습 감독을 해도 피곤하지 않다는 사실이. 학생들이 선생님이라고 불러 줄 때 마다 힘이 난다는 사실이.

이런 경험 다들 한번쯤 있을 것이다. 간밤에 꾼 꿈이 너무 달콤해서 잠에서 깬 후 다시 그 꿈을 이어 꾸려고 잠을 청했던 경험. 기자에게는 지난 4주의 시간이 그러하다. 교육 실습을 다녀온 한 달이라는 시간이 마치 꿈같이 느껴질 만큼 너무나 달콤했고 행복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내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충북여고 학생들을 영원히 잊지 못 할 것이다.

사랑합니다. 2학년 10. 그리고 충북여고 모든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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