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를 미치게 하고, 나는 그저 살고 싶다
세상은 나를 미치게 하고, 나는 그저 살고 싶다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4.08.25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쿠다 히데오 - <최악>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일본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최악>이다. 한국작가의 이름도 생소한 이들이 많은 요즘 사람들에게 “오쿠다 히데오가 누구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히 하자면 소설 <공중그네>와 얼마 전 국내에서 영화로 제작된 <남쪽으로 튀어>의 저자다. 어느 정도 작가에 대한 이해가 됐다 싶으니, 본론인 <최악>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들을 읽어본다면 특유의 블랙코미디와 왠지 주변에 있을법한 사소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책에 대한 몰입감이 크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그중 오쿠다 본인의 블랙코미디, 아니 특유의 심오한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맞물림 등은 <최악>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총 3명으로 철공소를 운영하는 ‘가와타니 신지로’, 마을 은행원 ‘후지사키 미도리’, 방황하는 청년 ‘노무라 가즈야’이다. 이들은 각기 자신들의 인생에서 ‘최악’의 상황을 연속들이 맞이하게 된다.

 우선 가와타니는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성실한 가장이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마을에서 철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지만 그 규모가 구멍가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데다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의 권리나 주장을 채 말하지 못하는 늘 주눅들어 있는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철공소로 인한 마을 소음, 급하게 필요한 거금, 직원의 무단결근)은 그의 인생을 ‘최악’으로 이끄는데 한몫을 했으며, 미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다음으로, 후지사키 미도리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지냈지만 굳세게 인생을 살아보려 노력하는 젊은 여성이다. 하지만, 소설 속 세상은 그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재혼한 부모, 배다 여동생의 가출, 직장상사의 성추행은 가와타니와 마찬가지로 그녀를 인생의 ‘최악’으로 몰고 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본연의 ‘착하다’는 특성 탓에 늘 참기만 하고,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만을 보내게 된다.

 마지막으로, 노무라 가즈야. 20살 청년인 그는 사실 이 책의 메인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그는 동네 파칭코를 전전하며 이른바 ‘삥뜯기’로 생활을 이어가는 동네 양아치다. 그런 그가 야쿠자와 연을 트게 되면서 인생은 ‘최악’으로 빠지게 된다.

 소설 <최악>은 이 세 명의 주인공들이 저마다의 ‘최악’을 겪으면서도 후에 발생하는 은행 강도 사건으로 인해 한자리에서 대면하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의 특성상 이 일 자체도 이들 모두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며 소설은 “말도 안 돼, 이게 이렇게 되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흘러간다.

소설의 특성상 ‘허구’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다. 그건 소설 본연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쿠다의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그 내용에 빠지게 된다. 이는 그가 선택하는 소설의 제재들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고, 또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소재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최악> 역시 “이 무슨, 말도 안되게”를 중얼거리면서도 은연중 “아니야, 그럴 수 있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오쿠다는 우리에게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게 뭐였을까?

 안타깝게도 이 소설은 ‘그래서 모두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라는 허무맹랑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으며, 그에 대한 해답은 직접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인생에 있어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며 그에 대한 돌파구를 찾으려는 어느 평범한, 아니 너무 흔해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지금, 조금 나쁜 마음을 먹고, 이 세 사람의 인생의 최악의 순간을 잠깐만 엿보는 건 어떨까? 소설은 그 정도는 괜찮다고 허용하니까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