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이 대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결코 많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 그만큼 누가 봐도 대학 신문은 대학생들에게 기성신문처럼 매일 정확하고 쉽게 알기 어려운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누가 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깔끔한 디자인을 갖추지도 못했으며, 간혹 서술방법에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생들은 대학의 중요한 정보를 대학 신문을 통해서 받아들였고, 오히려 앞에서 설명한 대학신문의 단점은 곧 장점이 되었다. 그 이유는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일정 수준의 틀과 수위를 지켜야만 하는 기성신문들에 비해 자유롭게 쓴 학생기자들의 기사는 대학생들의 생각을 솔직 담백하게 대변해 줄 수 있었고, 명료하게 다듬어지지는 않을 지라도 위선이나 허세는 없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거부감을 덜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대학 신문은 이런 대학 신문만의 장점을 배제한 채 너무나도 기성 신문에 맞춰나가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만약 호박과 수박이 있다고 하자. 단순히 수박이 예쁘고 시원한 맛이 좋다고 하여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같이 보이려고 한다면, 이는 곧 수박도 아니고 호박도 아닌 무의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호박에게 줄을 긋고 있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있어 수박보다 도움이 되는 부분을 부각시켜 담백한 맛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각시킨다면 호박 역시 많은 인기를 얻을 것이고,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도 만족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호박의 존재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고 있으면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듯이 대학신문도 초심을 잃지 말고 대학신문다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학신문이 기성신문에 비해 가지는 큰 장점들은 소재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 도전적인 기사작성이 가능하다는 것,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그만큼 많은 시도를 해 볼 수 있고, 그 가운데 실패도 용납될 수 있는 여지도 많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새롭게 모든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대학 신문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답이 어쩌면 기성신문에서는 충족시키기 가장 어려운 것 일수도 있으며, 어쩌면 대학생이 주인공인 대학신문이기에 가장 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대학생들만의 삶을 취재한다던지, 사회 약자계층과 함께 생활하며 시간을 보낸다던지, 남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방식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은 하루에 일정 분량의 기사를 내보내야 하는 기성신문에서 즐겨하기 어려운 일인데, 이에 비해 대학신문에서는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방식이 된다.
그리고 그 변화에 많은 사람들 또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대학 신문은 여러모로 노력을 하려는 것이 엿보인다. 새로운 소재를 선택하고, 함께 생각하고, 즐기기도 하며 완전한 신문은 아니더라도 노력하는 신문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움직임에 조금 더 눈과 귀를 기울이는 것,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당신의 대학을 바르게 알리는 데 앞장서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떤가?
격려도, 조언도, 질타도 좋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는 더욱 좋다. 학생이 대학에 대하여 알아야 할 권리, 학생들에게 내가 작성한 기사를 알릴 수 있는 권리는 대학신문만이 가지는 특권이다. 새롭고 신선한 생각으로 그 특권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이 시대의 능동적인 지성인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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